내가 생각했던 일본의 시골 온천! 후루유 온천마을
'큐슈 산에 가보고싶다!' 고 생각한 건 지난달 후쿠오카행 비행기에 탔을 때 였다. 착륙이 20분 남았다는 멘트가 나올 무렵 무심코 내다봤던 창 밖 풍경. 초록초록한 종이를 오밀조밀 접어둔듯 얕은 구릉과 계곡이 차곡차곡 이어져 있는 모습은 '다음 일본 여행은 무조건 산이다!' 는 결심을 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일년에 한 번 뒷산도 올라갈까 말까 한 내가 어디 외국 산을 등산할 수 있을까?! 특히 '눈'으로 보기에 멋져보이는 저 구불구불함이, 실제 등산에서는 오르락내리락 굽이굽이 힘들기가 말도 못한 장애물로 둔갑하리라는 생각은 더욱이 일본 등산여행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려주었다. 그러나 등산 포기가 곧 여행 포기는 아닌법! 약간의 잔머리가 힘을 발하자 '산 = 시골 = 시골 료칸 마을'이라는 기적의 논리가 펼쳐졌고... 어느새 나는 사가로 가는 티웨이항공 가장 저렴한 좌석에 앉아있었다.
사가에는 몇 군데 온천 마을이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후류유 마을을 선택한 건 위치 때문이었다. 도심과는 멀리 산 중턱에 위치한 시골 온천마을 다운 느낌이 물씬 나는 곳! 물론 위치 만큼이나 '무료 송영 서비스'가 큰 비중을 차지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 완벽한 곳에서 무려 무료 송영 서비스 까지 제공하다니!' 라는 감상이 조금 더 적합했다.
후루유 온천마을에 있는 여러 료칸 가운데 이번에 다녀온 료칸은 '카쿠레이센'이라는 료칸이었다. '온크리'같은 호텔식 료칸도 좋지만, 기왕이면 좀 더 일본 시골 마을 정취가 더 잘 묻어나는 료칸이 끌렸고, '학이 다리를 치료했다'는 후루유 온천마을 답게 이름에 '학'이 들어가는 료칸이 본능적으로 끌렸다.(그러면서도 가격도 저렴!하고, 무료 송영 서비스!도 제공해주는!!!)
사가역 북쪽출구에서 송영 버스를 타고 나자 카쿠레이센 온천까지는 대략 30분이 안걸렸다. 사가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록 좌 우로 비행기에서 보던 '바로 그런 모습'의 산들이 나타나 시야를 둘러쌀때는...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물론 저 멋진 산을 직접 오르지 못한다는게 조금(아주~ 조금) 아쉬웠지만, 원래 산이라는건 멀리서 봐야 멋지지 막상 입산하고 나면 '고통의 천국'이라는 생각이 들자 '등산 여행 대신 료칸 여행을 택한건 참으로 올바른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카쿠레이센 료칸에 도착하고 나니 반갑게도 맞이해 주신 직원분은 무려 한국분이셨다. 료칸까지 가는 산길에서 아저씨가 주섬주섬 폴더폰을 꺼내 안테나를 척 뽑고는 '고노 히토 캉코쿠다!'라고 전화하신 이유가 바로 이 직원분이 계셨기 때문이었구나! 라는걸 꺠달았다. 완벽한 위치에 있는 완벽한 느낌의 료칸. 거기에 송영서비스에 한국인 직원분까지! 이거슨 진정 '완벽하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완벽함! 직원분께 간략하게 료칸 이용방법을 설명듣고, 저녁 식사시간과 가족탕 이용시간, 다음날 조식 시간을 정하고 나자 예약한 방으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방은 생각보다 훨씬 훌륭했다. 물론 가장 저렴한 방이기에 이보다 더 좋은 방이 많다는 건 사진으로 봐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일본 비지니스 호텔의 갑갑함에 괴로왔던 기억이 떠오르자 '이렇게 넓은 방이라니!' 라는 감상이 몰려왔다. 더구나 일본 여행을 몇 차례 해왔지만 '다다미 방'에 묵어보는건 처음이었기에 좀 더 감회가 있있었다. 묘하게 낡았지만 덕분에 묘하게 멋스러운 느낌. 냉장고에는 음용을 위한 '온천수'가 놓여있었다. 세상에 온천수를 마신다니...! 나중에 보니 카쿠레이센 료칸 앞에는 마치 '약수터'처럼 온천수를 따라 마실 수 있는 곳도 있었다. (컵으로 마시는건 공짜! 통에 받아갈땐 100엔 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결과적으로 카쿠레이센을 선택한건 온천 측면에서도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짐을 풀고 나자 '아쉬운거 없이 전부 구경하고 가자!'는 마음에 탐방을 시작했다. 먼저 간 곳은 료칸의 정원! 대욕탕이 있는 층 문을 통해 정원으로 나갈 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일본식 정원이 이런모습이었나?! 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숲을 옮겨둔' 듯 했다. 더욱이 정원과 정원 뒤편으로 보이는 산 경계가 흐릿해 마치 산 중턱에서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정원이라니...!
정원을 구경하며 족욕을 마치고 나서 들른 곳은, 료칸 근처에 있는 '가메야'라는 빵집이었다. 일본 드라마에서 보던 시골 빵집 모습과 꼭 닮아 인상깊었던 가메야. 빵순이 여자친구 덕에 발 닿는 모든 곳 유명 빵집을 다 들러봤기에, '설마 이런 시골 마을에 있는 빵집 빵이 맛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일본 빵은 시골에 있는 단칸 가게라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법임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촉촉한 슈, 농말한 초코, 고소함과 찐득함이 이빨 끝부터 전해오는 치즈 케이크... 역시 고수는 재야에 있는 법이었다.
빵 투어와 근처 JA마트에서 간단한 음료 쇼핑을 마치고 료칸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대욕탕을 이용했다. 남탕에는 나와 로비에서 보았던 할아버지 한 분. 마을에서 병원을 하신다는 의사 할아버지는 카쿠레이센 단골이라고 하셨다.(대욕탕은 숙박하지 않아도 1000엔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이 동네 많은 료칸 가운데 왜 하필이면 카쿠레이센에 오시느냐?'는 나의 질문에, 할아버지는 당연한걸 묻는다는듯 '여기, 물, 이찌방!' 이라고 쿨하게 대답하셨다. 역시... 송영, 가격, 개인적인 촉 에 근거한 선택이었지만 역시... 잘 골랐다는 느낌적인 느낌! 동네 의사 선생님이 최고라고 하시면 다 이유가 있는거겠구나 싶어 또 한 번 대 만족을 느꼈다.
대욕탕에서 온천욕을 마치고 나자 저녁식사 시간이 되었다. 잉어회로 시작한 저녁 코스 요리는 나베요리를 마지막으로 마무리 되었다. 원래는 돼지고기 샤브샤브여야 하는 나베를, 해산물 나베로 신경써 바꿔주신 덕분에 더 알차게 저녁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역시 도시에서 멀어질 수록 인심은 더 높아지는걸까? 다시 생각해도 고마운 분들. 여행에서 기억에 남는 일들에는 언제나 현지 분들이 베푼 배려가 함께였다. 이런 배려가 여행을 더 인상깊게 만들고 여행지에 대한 호감을 더 높여주는게 아닐까 싶다.
저녁을 마치고나자 예약했던 가족탕 이용 시간이 되었다. 생각보다 료칸 일정은 빈틈없이 착착 움직인다. 대욕탕에서 온천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가족탕은 '분위기'를 즐기면 되겠다고 생각했었다.
가족탕은 이렇게 난 창으로 정원 경치를 바라보며 목욕할 수 있는 곳이기에, 적당히 따땃한 물에 앉아 조명에 어우러진 밤 정원을 보는게 다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물이 달랐다. 대욕탕에 있던 온천수보다 더 미끈하고 뜨거운 '엑기스' 라는 느낌의 물이었다. 물론 료칸에 들른 분이라면 으레 가족탕을 이용할 테지만, '에이~ 가족탕에 굳이?!' 라고생각하는 분이라면 꼭 이용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분위기만 좋은게 아니라 물 자체도 다르니까!
가족탕 이용시간 중 제일 늦은 시간을 예약했기에, 목욕을 마치고 나자 이미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이부자리를 저녁식사때 미리 준비해주신 덕분에 잘 잘 수 있었다. 한 가지 팁이라면, 산 초입에 위치한 마을인 만큼. 밤에는 조금 춥고 강력한 산 모기가 있다는 점! 이불을 잘 덥고 주무셔야 한다!
료칸은 아침식사도 푸짐하다. 연어구이까지 하면 대략 10첩 반상! 일본에서는 반찬 하나하나를 다 사먹어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호사스러운 아침식사다. 게다가 따로 신경을 써주신건지 원래 그런건지 대부분 반찬이 입맛에 맞다. 맛좋은 음식에는 국경이 없는건지, 한국인 입맛에 맞춰 주신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침식사를 마치고나면 대략 1시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송영버스를 타기 전 다음에 언제 와볼지 모를 후류유 마을을 구경하기 위해 가볍게 마을 산책에 나섰다.
어찌 보면 한국과도 꽤나 비슷한, 동시에 전혀 다른 정취가 느껴지기도 했던 시골 마을 후루유 료칸에서의 1박 덕분에 좀 더 '일본스러운 일본'을 경험할 수 있었다. 언젠가 등산이 두려워지지 않을 때가 온다면, 그때는 저 멋진 산을 직접 올라보기 위해 후루유 마을에 다시 들러봐야겠다. 아니, 굳이 등산이 아니더라도, 온천이 생각날때는 언제든 틈내서 다시 와도 좋겠다. 멋진 풍경과 알찬 서비스, 송영서비스로 편리한 교통, 거기다가 가격도 합리적인 완벽한 곳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