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현, 나를 부르는 숲

작성자 : 애니 [2018-11-19]

2018년 여름은 그 어느해보다 뜨겁고 강렬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추위에 약한반면, 더위는 잘 견디는 편인데도

올여름 더위는 숨통을 조이듯 힘들었다.  게다가 몸도 아파 병원에 다니는 일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여행에 대한 희망은 늘 나를 견디게 해주었고,  일본온천여행관련 책을 읽다 '후루유 온천'의 효능이 궁금해졌다.

물 온도가 높지않고 체온과 비슷해 피부에도 좋다고 들었고, 주변의 소박한 정경이 매력적이었다.  특히 삼나무가 빽빽한 숲과 근처 숙소주변의 풍경이 한적해 쉬기에 적합해보였다.  이곳을 방문하면 아픈 구석구석이 치유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번 여행은 이렇게 정했다.  "나를 부르는 숲"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는 것.

여행의 목적은 다양하지만 특별한 목적없이 조용히 쉬다 오기로 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동선, 볼거리 등도 계속 줄여나갔다.

일주일만에 정한 목적지라 호텔(료칸)의 금액은- 원래도 정해진 가격이 있지만- 무척 비쌌고, 나는 그것마저 내 운명인양 선택을 했다.  그럼에도  전혀 후회가 들지않았다. 

후쿠오카 공항에서 사가현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 운좋게 공항에서 나와 티켓을 끊고 줄을 선후 버스가 1분이내 들어왔다, 사가시로 직행, 역시나 첫날부터 땀이 줄줄 흐르는 더위를 만나게 되었다.

한낮에는 돌아다닐 수 없을 정도로 끓어오르는 더위, 상상은 했지만 내게도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무리였다.  결국 가장 하고 싶은 일 하나를 선택, 바로 "슈가로드"를 따라 양갱가게 순례를 하기로 결정.  단맛을 싫어하지만, 양갱과 초콜릿은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방문한 곳이 무라오카야, 무라오카 소혼포, 야토지덴키치 였다.  내가 알던 양갱과 조금 달랐던 건, 표면에 설탕이 코팅되어 좀 더 단맛이 강했다는 것, 몇 개만 먹어도 배고픔이 사라질 정도로 달았지만 사가현 특산물인만큼 지나칠 수 없었다.  시식을 할 수 있어 선택에 도움이 되었고, 역시 일본답게 아기자기하고 예쁜 포장이 구매의욕을 불러일으켰다.  사가현의 에비스투어도 유명하지만 지도를 보며 돌아다닐 날씨는 아니었기에, 아쉬움을 달래며 다시 역으로 돌아왔다.  사가현 거리를 살펴보면서 느낀 점은,  규모는 작지만 예쁜 카페나 상점등이 제법 많이 눈에 띄었다.   

늦은 오후 송영버스를 타고 도착한 호텔을 보며 놀랐던 사실은  주변풍경이 "사진과 똑같다!"는 것.  대게 사진이 더 낫거나 현실을 왜곡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진과 실물이 거의 일치하는 곳을 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더위에 지치고 몸이 불편해 힘들었지만,  온천후(온천의 시원한 맛을 알게됨)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니, 다른 계획을 생각할 이유가 없어졌다.                           무엇보다 꿀맛같은 잠을 잘 수 있었으니, 여행의 목적은 달성했고 그걸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여행에서 꼭 무엇을 맛보고, 사야하고, 사람들이 찾아간 유명한 맛집을 방문해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저 '원했던 것 하나만 만족해도 어딘가' 라는 소박한 행복을 느꼈고, 사가현에서 만난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로밍도 없이 잘 다닐 수 있었다.  (포켓 와이파이도 신청하지 않은 아날로그 여행)

좀 더 긴 여행이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감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

너무 더웠던 날씨탓, 체력이 좋지 않았던 내 상황등으로 많은 것을 볼 순 없었지만, 사가현의 깨끗하고 세련된(소도시임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예쁜 찻집과 도자기 소품등)멋을 아주 살짝 맛볼수 있었다.

올 겨울, 사가현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이젠 지도 없이도 찾을 수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