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현 온천 순례기

작성자 : 李東煥(아담의 눈물) [2018-12-14]

  사가현 온천 순례 여행기


   2018년 12월 3일(월) ∼ 12월 7일(금)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푸른 하늘 아래였다.

       -다카하시 아유무(たかはしあゆむ 여행작가)-

 

   카메라가 아니라 눈에 담는 게 여행이다.

   관광지가 아니라 걷다가 우연히 만나는 게 여행이다.

        -李東煥(아담의 눈물)-


   PROLOGUE

 

    여행 가방 싸는데 아내가 눈총을 줍니다.

    “당신,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해외여행이에요. 올 한 해만.”

    “무릎에 힘 빠지기 전에, 나갈 수 있을 때 나가겠다는데 새삼 웬 잔소리?”

    “길을 막고 물어봐요. 1년에 다섯 번씩이나 해외여행 가는 사람 있는지.”

    “그 중 두 번은 당신이랑 갔잖아. 이번에도 같이 가자니까 교회 빠지기 싫다고 해놓고.”

    “아니, 일본에 꿀 발라놨어요? 벌써 올해만 세 번째잖아. 하카타, 삿포로, 이번에 사가까지.”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좀 풀겠다는데 새삼 왜 그래?”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 당신뿐이에요? 그 사람들 모두,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해외 나간데?”

    “에이, 그만! 또 잔소리. 잘 다녀오라는 말은 못해줄망정….”

    인천 공항 행 리무진 버스에 올라서도 아내 잔소리가 귓전을 맴돕니다. 아내 말대로 정말 제가 유별난 걸까요?


   여행 첫째 날

 

    인천 공항에서 티웨이 항공 오후 2시 50분 발 탑승.

    사가역 관광안내소에서 북산큐패스 도장 받고 5분 거리 호텔 체크인 후, 드디어 길을 나섭니다. 저, 걷는 거 무지 좋아하거든요. 다음 달이면 나이 벌써 쉰아홉 되지만, 구글맵과 파파고 번역 앱만 있으면 세상 무서울 게 없지요. 사가현청까지 걸어가면서 여기저기 탐색(?)하다 보니 땅거미가 지네요. 다시 호텔로 돌아와 잠깐 쉬다가 저녁 먹으러 나갑니다.

    호텔 건너편 이자카야 겐키지루시(食想市場 元気じるし)에서 활오징어회(카츠이카)와 모둠회를 시켰습니다. ‘도간시타토’ 앱에서 겐키지루시 소개 화면 보여주니까 생맥주 한 잔 서비스, 캬!

    걸어서 20분 거리 포카포카온천(佐賀ぽかぽか温泉)으로 고고! 우리나라 웬만한 찜질방과는 비교 불가일 만큼 대형 사우나인데요. 대중탕이지만 물이 한국과는 확실히 달라요. 명색이 온천 고장이잖아요. 하늘만 보이지만 노천탕도 있어요. 소금 사우나, 건식 사우나도 있고요. 너무 깨끗해요.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피부에서 뽀드득뽀드득, 소리 날 때까지 즐긴 뒤 다시 걸어 호텔 입성 후 푹 잠들었네요.


   여행 둘째 날

 

    새벽 5시에 알람 맞춰놓고 일어났어요. 가라쓰 행 첫 차 타려고요. 5시 36분 발 버스 타고 오오테구치 버스센터(唐津市 市民交流プラザ)로 가서 요부코 행 버스로 갈아탄 뒤 나고야성박물관 앞까지 이동했어요. 가라쓰 올레 시작점이거든요.

    가라쓰 올레 길, 정말 아름다웠어요. 어떤 여행 전문 블로거가 가라쓰 올레 길만 일곱 번이나 걸었다더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다만, 바람이 제주도 저리가라더라고요. 더구나 사람 하나 없는 산속 길을 걸으려니 살짝 무서웠고요. 대나무 숲을 마구 흔드는 바람소리에 까마귀들 악다구니 소리까지….

    걸으면서 참 많은 생각했습니다. 제 삶에 대해, 인생 후반에 대해…. 어떤 결론 비슷한 것도 얻었고요. 그건 에필로그에서 밝힐게요. ㅋㅋㅋ

    가라쓰 올레 길 다 걸은 뒤 다시 오오테구치 버스센터로 돌아와 걸어서 5분 거리 료칸 와타야(旅館綿屋)에 들렀어요. 당일치기온천(히가에리/日帰り溫泉) 즐기려고요. 당일치기만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한 작은 탕이더라고요. 두세 사람 들어가면 꽉 찰 정도. 그 시간엔 저 혼자였어요. 유리 벽면을 통해 밖을 볼 수 있었고요.

    편백나무 욕조에 담긴 물이 꽤 매끄럽더라고요. 몸이 노곤해질 쯤 다시 사가역으로 돌아왔지요. 배가 너무 고팠어요. 몇 시간 동안 올레 길 걸으면서 손바닥만 한 도시락 하나 먹었으니까요.

    사가 역에서 5분 거리 꼬치구이 전문 이자카야 스미토라사가점(炭寅佐賀店)에서 모둠 꼬치로 배 채운 뒤, 다시 포카포카 온천 걸어갔다가 돌아와 침대에 쓰러지자마자 기절!


   여행 셋째 날

 

    사가역에서 다케오온천역(武雄温泉駅南口)으로 이동. 버스 갈아타고 우레시노버스터미널(嬉野温泉バスセンター) 행.

    관광안내소에서 ‘유유우레시노티켓’ 발급 받았어요. 1,500엔에 스티커 12장 붙어있는 티켓이랍니다. 한국어 잘 하는 젊은 직원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알고 보니 한국 청년. 목록 보면 당일치기 가능한 곳, 노천탕 있는 곳 등, 자세한 정보가 있어요. 호텔 급은 스티커 여섯 장, 작은 곳은 네 장 받거든요? 저는 여섯 장짜리 스티커 받는 ‘와타야벳소(和多屋別荘)’와 ‘와라쿠엔(和楽園)’에 들렀어요.

    와타야벳소 노천탕에서 너무 행복했어요. 시냇물이 흐르는 전망.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나지막한 밀어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역시 온탕과 냉탕을 오가며 피부가 물러질 때쯤 나왔어요. 아, 이 행복감!

    와라쿠엔 탕은 작은 규모에요. 특이한 건 노천탕에 녹차팩을 수북하게 쌓아놨어요. 물에 적셔 몸에 바르게끔 배려했더라고요. 아낌없이 녹차팩으로 온몸 마사지하고 나니 그야말로 아기가 된 느낌.

    사가로 다시 돌아와 사가역에서 5분 거리 한국어 간판 ‘친구’에 들렀어요. 한류 좋아하는 일본 손님들이 꽉 찼더라고요. 참이슬, 청하, 백세주, 복분자주, 막걸리까지…. 부대찌개에 삼겹살에 아무튼, 그냥 한국에서 흔히 만나는 술집이에요. 분위기 끝내줘요. ㅋ

    저는 소갈비구이에 참이슬 마셨어요. 알딸딸해질 때쯤 다시 포카포카 온천 들렀다가 호텔로 가 푹 잠들었지요.


   여행 넷째 날

    느긋하게 일어나 사가역에서 후루유온천(古湯温泉)행 버스 타고 후루유온천마을로 향했어요. 새소리 말고는 하늘땅이 그냥 고요한, 너무 고즈넉한 산골 마을이에요. 맑은 공기는 덤이죠. 심호흡할 때마다 폐가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호텔 옹쿠리(ONCRI)에 갔지요. 도간시타토 앱에 쿠폰이 있거든요. 당일치기 온천이 1,200엔인데 쿠폰 보여주면 700엔이래요.

    원래 아침을 안 먹지만, 배가 너무 고프더라고요. 호텔 프론트 직원이 영어를 잘 해요. 쿠폰 보여주면서 일식당에서 식사하고 온천 이용하겠다니까, 식당 이용하면 온천이 공짜래요. ㅋ

    일식당에서 거한 점심 식사했지요. 늘 느끼는 거지만 일본 음식은 참 정갈해요. 아담하고 귀엽고, 맛도 일품이고요. 무료 입욕권 받아 본격적으로 노천탕 즐겼어요. 아래 사진이 밖에서 본 노천탕 난간이에요.

    아! 제 인생 노천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삿포로 갔을 때 호헤이쿄 온천(豊平峡温泉)에서 느꼈던 감흥을 그대로 느꼈어요.

    산이 폭 감싸고 앞으로는 계곡물이 흐르고, 맞은편 산은 물안개가 휘감은 풍경, 아! 잊지 못할 노천탕이었어요. 벌거벗은 채로 난간에 기대서서 풍광을 감상하다가 추우면 다시 탕에 들어가고, 다시 난간에 기대 사방 천지 기운 흡입하다가 다시 탕으로 풍덩!

    몇 시간을 그러고 있었어요. 그냥, 마냥, 아무 생각없이…. 아!

    사가역으로 다시 돌아와 5분 거리 스시집 ‘나카야마(中山 なかやま)’에서 거하게 초밥으로 배불린 뒤 다시 포카포카 온천 들렀다가 호텔 행.


   여행 다섯째 날

 

    느긋하게 일어나 체크아웃하고 포카포카 온천으로 걸어갔어요. 온천 안에 마사지 샵이 있더라고요. 그런데 한자로 정골원(整骨院)으로 돼있는 거예요.

    ‘뼈를 가지런히?’

    궁금증을 안고 들어가서 상담했지요. 파파고 번역 앱이 있으니 문제없어요. 태국이나 보라카이에서 받던 마사지와 전혀 다르더라고요. 혈맥을 조목조목 짚어 꾹꾹 누르는데 받을 땐 너무 아팠어요. 나중에 시원하더라고요. 아무튼, 제가 아는 마사지와는 격(?)이 달랐어요. 태국 풍 마사지 좋아하는 한국인들로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아요.

    온천 식당에서 여유 있게 식사하고 일본에서 마지막 온천욕을 즐겼지요. 아주 오래오래….

    사가역으로 걸어가는데 눈에 띄기에 찍어봤어요. ‘뭐 눈엔 뭐만 보인’다더니 직업은 속일 수 없는지…. 한국이나 일본이나 입시 지옥은 똑같아요.

    천천히 걸으며 사가를 눈에 꼭꼭 눌러 담고 사가역에서 공항행 리무진 버스 탑승.

    사가 공항에서 티웨이 항공 오후 5시 10분 발 탑승.

    인천공항 도착.


   EPILOGUE

 

    “그래, 스트레스 다 풀고 오셨어?”

    귀가하니 그래도 아내가 반겨줍니다.

    “닷새 동안 나 없으니 편했지?”

    “그러게. 당신 없으니 얼마나 편하던지. 당신도 나 없이 혼자 여행하니 편했지?”

    “말이라고? 허허허!”

    “그래. 뭔가 깨닫고 오셨수?”

    “깨달았다기보다 많은 생각하고 왔지. 걷고 또 걸으면서.”

    “무슨 생각? 이제 여행 실컷 했으니 일흔 살까지 열심히 일해서 마누라 노후 편안하게 해줄 생각?”

    “으이그…, 그저 돈, 돈, 돈!”

    가라쓰 올레, 그 바닷바람 거센 길 혼자 걸으며 다시 새긴 생각은 이렇답니다.

 

    “짜증 내지 말자. 짜증만 느니까. 걱정하지 말자. 걱정만 느니까. 세상은 내 뜻대로 절대 되지 않아. 그저 앞만 보고 묵묵히 걷자. 여행 작가 다카하시 아유무 말대로 푸른 하늘을 자주 보며 살자!”